[동아일보] “물만 벌컥벌컥 마셨는데…” 폭염에 맹물이 독이 되는 이유 [건강팩트체크]
최현정 기자 | 입력 2026-08-06 07
폭염 속에서는 땀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함께 빠져나간다. 장시간 땀을 흘렸다면 맹물만 과도하게 마시기보다 상황에 맞게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무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린 뒤 물을 계속 마셨는데도 어지럽고 기운이 빠진다. 더위를 먹은 줄 알았지만, 물을 더 마셔도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폭염에는 탈수뿐 아니라 장시간 땀을 많이 흘린 뒤 맹물만 과도하게 마시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하지만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물만이 아니다. 땀을 흘리면 나트륨 같은 전해질도 함께 손실된다. 이때 맹물만 계속 마시면 몸속 전해질 균형이 무너지면서 어지럼증과 탈진이 나타나고, 심하면 의식 저하나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두나 서울의료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폭염에서는 탈수와 저나트륨혈증이 모두 발생할 수 있어 초기 증상을 단순한 더위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폭염에는 왜 쉽게 쓰러질까
폭염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건강 문제는 열탈진과 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같은 온열질환이다.
고온 환경에서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많은 땀을 흘리면서 수분과 전해질이 함께 빠져나간다. 동시에 피부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현기증이나 실신이 나타나기도 한다.
황 과장은 “폭염에는 땀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함께 빠져나가고 혈관도 확장되면서 탈진이나 어지럼증이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 물을 마셨는데도 왜 어지러울까
사람들은 땀을 많이 흘리면 물부터 찾는다. 하지만 장시간 야외에서 일하거나 운동을 한 뒤에는 물만 계속 마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저나트륨혈증은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정상보다 낮아지는 전해질 이상이다. 땀으로 나트륨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맹물을 과도하게 마시면 혈액이 묽어지고, 탈수에 대응하기 위해 분비되는 항이뇨호르몬이 수분 배출을 줄이면서 혈중 나트륨 농도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초기에는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피로감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근육 경련이나 의식 저하,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 과장은 “갈증이 난다고 맹물만 계속 마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장시간 땀을 많이 흘렸다면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폭염에는 갈증을 느끼기 전에 조금씩 자주 물을 마시는 습관이 좋다. 특히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거나 운동으로 많은 땀을 흘렸다면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 등을 활용해 수분과 전해질을 함께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노인·만성질환자는 더 주의해야…의식 흐려지고 고열 지속되면 응급상황
폭염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게는 더 위험하다.
고령자는 체온 조절 능력과 갈증을 느끼는 기능이 떨어져 탈수가 진행돼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 환자는 탈수로 혈당이 쉽게 상승할 수 있고, 심혈관질환자는 혈액이 농축되면서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만성 신장질환자는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부종이나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어 의료진이 권고한 수분 섭취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온열질환은 방치하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발작이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반복되는 구토나 심한 근육 경련, 평소보다 소변량이 크게 줄거나 오랫동안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탈수가 심해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황 과장은 “폭염에는 열사병이나 심한 탈수로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팩트필터|폭염에 이런 증상은 그냥 넘기지 마세요
·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른다.
· 의식이 흐려지거나 의식을 잃는다.
· 심한 어지럼증이나 실신이 나타난다.
· 반복되는 구토로 물도 마시기 어렵다.
· 근육 경련이나 발작이 생긴다.
· 장시간 땀을 흘린 뒤 두통·메스꺼움·혼란이 계속된다.
· 소변량이 평소보다 크게 줄거나 오랫동안 소변을 보지 못한다.
최현정 기자
기사원문:
https://www.donga.com/news/Health/article/all/20260805/134425848/2